뒤로가기 활동 소식

활동소식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 나눔의집협의회 입장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용산나눔의집 작성일 22-11-01 18:57 조회 572 댓글 0

본문

KakaoTalk_20221101_093256547.jpg

[ 10.29.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한 입장문을 올립니다. 널리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 나눔의집협의회 입장문 -

"우리는 깊은 애도와 함께, 신중하고 정확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책임지는 조치를 요청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 앞에서 우리는 주저 앉았습니다.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뉴스 속보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고, 터져 나오는 울음, '어떻게.. 어떻게..' 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154명 사망 · 149명 부상." 뉴스 자막으로 처리된 희생자 숫자를 보는데,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통제된 삶에서 조금씩 회복되는 일상 가운데 만난 축제를 즐기러 간 수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결코 숫자로 처리될 수 없는 사람들. 또한 그 축제에 다녀 갔거나 그곳에서 살아 남은 사람들의 충격과 고통 또한 너무 크고 깊습니다. 

즐거운 추억을 기대하며 찾아간 축제의 자리에서, 뜻하지 않은 참사를 겪은 이들을 향해 누가 감히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언제 어디서든 안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사회와 국가인데, 그 많은 인원이 밀집된 축제의 자리에 당연히 있어야 할 행정・경찰력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매해 비슷한 장소에서 진행된 대규모 축제인데, '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경찰력은 이 참사를 막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언론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는 징후는 곳곳에서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낮에 있었던 집회시위를 "소요와 시위"라는 식으로 칭하고 핑계 삼는 것을 지켜보며, 깊은 우려와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참사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깊고 무거운 마음으로 애도를 표하며, 정확하고 신중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책임지는 조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여당의 책임자들은 '공감과 책임'과는 거리가 먼 언행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명의 종교인이자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간절히 요청합니다. 

1. 깊은 애도는 연대의 또 다른 방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사회적 통제 이후 잠시 열린 축제의 자리, 그리고 그 자리가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 대해, 섣부른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진단하고 해석하며 가볍게 비난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 현 정부여당의 책임자들은 무거운 슬픔과 억울함으로 참담한 시간을 맞이한 피해자와 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된 공감과 책임의 언행을 보여 주십시오. 국가와 지역의 정치・행정과 경찰력을 책임진 이들이라면, 사회의 구성원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임을 기억하십시오.

3. 그리고 정확하고 신중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책임지는 조치를 이행해 주십시오. 그 모든 과정은 이번 참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 되고, 피해자들이 원한다면 사고 조사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22년 11월 1일,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공동체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 합동분향소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의 공간에 방문해 애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photo_2022-11-01_18-52-32.jpg

 

photo_2022-11-01_18-52-29.jpg

[ 10.29.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 앞에서 드리는 기도 ]

우리들의 하느님, 이 시간 두 손 모아 간절히 비오니,

이태원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생사를 달리한 분들,
다친 가운데 생명의 끈을 붙들고 있는 분들,
그곳에 있었거나 다녀와 마음을 짓누르는 슬픔에 고통 받는 분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밤새 그리고 지금도 애쓰고 있는 분들,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

그 모든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의 위로와 치유의 손길이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이 시간, 그 참사를 안타까워하고 상처와 절망으로 힘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이란 숨결'을 깊이 호흡하며 조금씩 회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가운데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답을 찾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허락해 주소서.

그리고 이 참사를 섣부른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해석하며 가볍게 떠들지 않도록,
지금은 함께 슬퍼하며 견딜 수 있는 애달픔을 허락해 주소서.

무엇보다 깊은 애도로 희생자를 비롯해 고통 받는 모든 분들과 연대하며,
그 과정에서 복합적인 참사의 원인이 밝혀져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함께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하느님, 이 땅의 모든 존재들은 알든 모르든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 있기에,
우리는 서로의 기도가 되어야 함을 잊지 않게 하소서.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스도여,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Kyrie eleison. Christe eleison. Kyrie eleison.


- 2022년 10월 31일,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 나눔의집협의회(노원·성북·인천·봉천동·수원·용산·동두천·춘천) 일동.

  • 댓글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