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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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용산나눔의집 작성일 22-06-22 15:21 조회 889 댓글 0본문
2022년 세계난민의 날 공동성명
난민법 제정 10년, 법무부는 난민보호의 책임을 다하라
2022년은 난민법 제정 10주년의 해며, 난민협약이 한국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지 30년이 된 해고 동시에 전 세계 난민이 1억명을 역사상 최초로 넘어서 중차대한 평화운동과 국제연대가 필요한 해다. 난민정책의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장관으로 최근 취임한 한동훈 장관은 ‘이민청’의 설립을 중요한 의제로 언급하였다. 기존 ‘출입국외국인 정책’으로 운용되던 정책을 ‘이민’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 그리고 이 이민정책에 담길 내용이 더 중요하므로 앞으로 면밀하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나 일단 중요한 의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새로운 이민청이 수립할 정책은 이주민과 난민을 불법적이고 예외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영할 대상으로 보는 정책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민정책에는 당연히 인권침해 피해자들인 난민의 보호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무부가 주무부처로 난민협약을 체결한 1992년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 난민제도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어렵게 한국에 도착한 난민이 한국 땅을 밟기도 전에 돌려보내기 바쁘고, 부실심사 지시, 체류자격 박탈, 이제는 전쟁에서 피난해온 난민들에 대한 일부 혐오의 정서에 기대어 시작된 난민법 개악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추진해가며 난민신청의 권리를 제한하려 바쁘다. 난민인정 이후에도 정착의 길은 보이지 않고, 인도적체류자와 난민신청자는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난민면접조작 사건, 새우꺾기 고문 사건 등 정부가 심각한 인권침해를 저지르고, 난민혐오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도 변함없이 일어나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을 주무부처는 엄중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
난민은 지금도 문전박대 당하고 있다. 분쟁상황 등으로 박해의 우려가 높은 수단, 미얀마, 에티오피아, 아이티 등 국가 출신의 공항 난민신청자에 대해 작년말부터 올해까지 출입국항에서 과도하고, 무분별한 불회부결정이 내려졌다. 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은 난민심사를 받을 권리가 박탈된 상태로 일부는 송환되고, 일부는 공항에 방치되어 생존의 압박을 겪어야 했다.
최악의 난민인정률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5년 간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평균 1%를 밑돌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2,341건의 난민신청 중 난민심사를 통해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32명으로, 가족결합을 제외하면 7명에 불과하다(이의신청 과정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24명, 소송을 통해 난민인정을 받은 경우는 16명).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매년 G20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난민의 정착을 위한 노력은 전무하다. 난민법 시행령 제22조에 명시된 ‘난민인정자 등의 처우를 위한 협의회’는 난민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난민법은 한국정부가 난민인정자에게 난민협약에 따른 처우보장에 대한 역할을 규정하였지만, 사실상 한국정부는 중장기적 난민정착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부처간 협업 시스템, 구체적 정책 역시 전무하다. 노동을 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여도 기본적인 정보 조차 얻을 수 있는 곳이 없으며, 행정의 장벽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편입조차 어렵게 만든다. 난민인정자에 대해 한국인과 동일한 공공임대주택 지원 권리에 대한 법원 확정판결이 있었음에도 지침은 바뀌지 않아 현장에서는 접수조차 받지 않고 돌려보낸다. 한편, 인도적체류자에 대한 제도의 공백은 10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난민심사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난민법에서 정하는 난민심사관이 전국에 4명에 불과하고, 난민심사보고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1-2년의 긴 시간을 대기하여(2021년 난민신청자는 난민신청 후 첫 난민심사 결과를 받기까지 평균 23.9개월을 대기해야 했다) 1-2번의 난민면접을 거쳐 받게 되는 것은 한 페이지가 다 채워지지도 않는 한국어로 된 난민불인정 사유서가 전부이다. 난민심사가 전문적이고 책임 있게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하고, 담보할 장치가 없다. 성소수자 난민과 젠더폭력 피해자의 박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가이드라인 없이 심사담당 공무원의 자의적기준으로 의심하며, 배척해왔다. 난민신청서 작성과 접수과정, 난민심사과정 전반에 통·번역 언어지원과 법률조력이 제공되지 않고, 난민면접조서, 난민불인정사유서 등 기본적인 서류가 여전히 한국어로만 되어 있다. 난민신청 과정의 절차적 권리보장은 여전히 미흡하다.
장기화된 심사대기기간 동안 난민신청자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생계비지원제도와 유일한 주거지원으로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 시설을 두고 있지만, 2021년에는 난민신청자 중 43명만이 평균 3.7개월 동안 생계비를 받을 수 있었고, 출입국·외국인 지원센터는 난민신청자 중 22명만이 평균 160일 동안 이용할 수 있었다. 난민재신청을 한 경우, 유학생 또는 이주노동자로 1년 이상 체류한 경우, 하루라도 체류기간을 도과한 경우 등 법무부가 난민신청을 억제하기 위하여 자의적 판단으로 유형화 한 일부 난민신청자에 대해 체류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대부분은 생계지원, 취업허가, 직장건강보험 가입이 법적으로 막히고, 신분을 증명할 서류조차 없어 휴대폰 개설, 은행이용, 생활시설 이용도 할 수 없다. 생존권이 위협받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하다.
밀실행정, 자의적 행정운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월 30일, 6월 16일 두 사건에서 난민심사∙처우∙체류지침의 거의 대부분을 공개하라고 판결하였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것을 가능하게 했던 밀실행정 운영에 대해 일침을 가하였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최신의 지침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 난민신청자 등이 알아야 할 중요한 변화 등을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그간 한국정부는 난민을 구하기 위한 제도여야 할 난민제도를 국제사회에서 “아시아 최초”라며 자랑하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해 왔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난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자행되어 왔다. 이제라도 예멘,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난민에 대해 국제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는 난민법 제정 10년에도 불구하고 난민의 시민적 삶을 보장하고 확장해내기보다 난민의 권리를 제한∙축소시키고 쫓아내기에 급급한 정부의 난민제도 운영을 규탄한다. 또한, 이민청의 논의로 촉발된 법무부의 논의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한국정부의 역할과 미래의 과제에 관한 진지한 고민에서 추동된 것이라 기대하고,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철회하고, 난민제도 운영의 중장기 계획부터 수립하라.
- 난민신청은 권리다. 정부는 과도하고 무분별한 불회부결정 남용을 중단하고, 모든 난민에게 정식 난민심사의 기회를 보장하라.
- 법무부는 난민과 인도적체류자의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
- 법무부는 투명하고, 공정하며, 전문적인 난민심사제도를 운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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